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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에세이] 12. 목표 달성

그렇게 맹렬하게 탁구와 식단 조절을 한 결과, 두 달이 채 안되어 목표치인 75 Kg에 이르렀다. ‘하는 김에…’ 하면서 72 Kg까지도 뺏었는데 현기증과 휘청거림이 느껴졌다. 과유불급이라고, 이 시점에서 무리하게 더 감량을 하다가는 몸이 오히려 허약해질 수 있겠다고 판단, 지금은 75~6 Kg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고 보니 체급 종목 경기를 뛰고 있는 운동 선수들이 얼마나 피땀을 쏟아내는지 알 것 같다. 어마어마한 운동량에, 단식에, 땀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사우나를 한다니. 오죽하면 살인적인 감량이라고 표현하겠는가. 전문 스포츠 선수들의 이러한 극단적인 감량 방법은 나중에 심각한 후유증을 야기할 수도 있다 한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나는 그 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결실을 맺어 무척 뿌듯하다...

[탁구 에세이] 11. 다이소 메꿈이

펜홀더 전형은 라켓을 구비하더라도 중요한 과정이 하나 남아있다. 바로 자신의 손에 맞게 목판 손잡이 부위를 깎고 다듬어 내는 작업이다. 고급의 목판을 나는 과감하게 깎아 나갔다. 손에 쥐어 보고 또 깎고 또 쥐어 보고 또 깎고. 음. 편한 것 같다. 그걸 또 고운 사포를 사용해서 부드럽게 마무리를 한다. 나중에 깨달은 것인데 방금 언급한 과정이 절대 해서는 안되는 짓이다. 펜홀더 목판 손잡이 부분을 깎아 손에 맞추는 것은 엄지와 검지를 얹어 놓는데 있어 밸런스가 중요하다. 엄지를 놓는 부분은 그리 많이 깎아내지 않고 위에서 아래로 비스듬히 한 꺼풀에서 두 꺼풀 정도. 반면 검지쪽 부분은 목판 두께의 ⅓ 을 넘지 않는 한도에서 깎는 것이 정석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보기에 좋으라고 사포질을 한 것이 그립..

[탁구 에세이] 10. H 상사

아직 혈압은 재보지 않았지만 몸도 가벼워지고 부지불식 중 무릎 통증이 사라진 게 신기했다. 재밌게 몰입할 수 있는 운동으로 탁구를 시작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레슨을 받지 않고 독학으로 몰랐던 것을 깨달아 조금씩 내 실력으로 쌓아 가는 즐거움도 좋다. 그러다 보니 탁구장에서 대여하는 후진 라켓 보다는 내 손에 맞는 라켓을 장만하고 싶어졌다. 나는 펜홀더 전형이다. 학교 다닐 때 처음 잡아 본 것이 그래서 당연스레 그걸 쓴다. 당시에는 남자 또는 공격수면 펜홀더, 여자 또는 수비수면 셰이크, 이런 경향이 강했다. 현대 탁구는 과거보다 엄청 빠른 템포로 진화했다. 그래서 백 드라이브가 강점인 셰이크 전형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나는 전형을 바꿀 생각이 없다. 점차 사라져가는 단면 펜홀더. 백 드라이브를 ..

[탁구 에세이] 9. 마의 81Kg

운동한지 한 달이 되었다. 하루 한 끼 식단 또한 한 달이 된 것이다. 몸무게 81 Kg. 한 달 만에 무려 17 Kg을 감량하였다. 부작용은 거의 없다. 스테미너가 조금 약해진 정도인데 시간이 흐름에 따라 차차 적응되어 몸 상태에 맞게 끌어 올려질 것이다.그리고 잊고 있었는데 무릎 통증이 사라졌다. 체중 감량이 무릎에 부담되는 하중을 덜어낸 것이다. 그렇다고 아직 달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더 빼야 된다. 최종 목표 75 Kg. 이제 한 끼 식단에서 두 끼 식단으로 한 끼를 늘려 아침 식사를 추가할 것이다. 한 달 동안 엄청난 감량을 했으니 시간을 두고 체력적으로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리하여 이후 10 일 정도 81~2 Kg에서 정체기가 생겼다. 조금 답답했지만 지금까지 해온 것으로도 큰..

[탁구 에세이] 8. 유튜브를 참고로 독학

어떤 것을 배움에 있어서 가장 빠른 길은 좋은 스승을 만나 가르침을 받는 것이라 한다. 그렇다면 탁구를 빨리 배우기 위해서는 당연히 레슨을 받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레슨을 받지 않는다. 탁구를 시작한 취지가 체중 감량 때문이기도 하지만 왠지 운동 하는데 레슨까지 받아야 하나 라는 생각이 컸다.몸무게는 88 Kg. 90 Kg 대를 깨고 쭉쭉 내려가는 중이다. 감량을 계획할 때 ‘무리없게 1년에 몇 Kg?’ 절대 이런 식으로 느슨하게 세우지 않았다. 생사의 갈림길이라는 배수진을 치고 기간을 따로 정하진 않았지만 단기간에 끝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흐름으로 봐서는 2~3 개월 안에 목표 달성이 될 듯싶다. 3 개월도 길게 느껴진다.요즘은 궁금한 게 있으면 어떤 것이든지 온라인에서 답을 구할 수 있다. ..

[탁구 에세이] 7. 연전 연패

2 주일째 접어 들어 탁구장 저녁반을 제외한 오전반, 오후반 회원들을 모두 알게 되어 친하게 운동하였다. 아침부터 나와서 열심히 운동하는 탁구 새싹 남자. 언니들로부터 복식 게임 제안이 들어온다. 랠리는 어느 정도 되었으나 게임은 전혀 달랐다. 나름의 공격은 네트에 바로 꽂히거나 테이블 밖으로 오버 미스가 났다.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공격도 수비도 뜻대로 되지 않고 내 차례에 계속해서 점수를 내줬다. 파트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와 편을 같이 하면 무조건 지는 상황. 탁구장에서 가장 나이 많은 할머니 듀오와 붙었다. 한 사람은 백발, 한 사람은 염색을 했는지 흑발. 탁구 새싹 남자는 좋은 먹잇감이었다. 건장한 남자가 있는 팀을 이겨 기분이 좋은지 ‘잘 쳤습니다’ 인사하면서 기괴한 웃음 소리를 낸다..

[탁구 에세이] 6. 저녁은 푸짐하게

오전 9 시부터 오후 5 시까지 8 시간을 탁구장에 있었다. 수시로 물을 섭취해 가면서 여러 사람들과 랠리를 이어갔다. 여기 나오는 사람들은 대체로 나이가 많았는데 주로 점심 이후인 오후 2 시부터 5 시까지 약속한 듯 모여 복식 게임을 즐겼다.살짝 곤혹스러운 것은 언니들이 서로 간식 거리를 사 들고 온다는 것이다. 한동안은 나한테도 같이 먹자고 권했다. 그럴 때마다 계속해서 사양해야 했다. 어쩌다 체력이 다해 어지러움이 느껴지면 잠시 쉬면서 믹스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게 다였다.랠리를 하다 보면 공을 주고 받는 게 오래 지속될 수도 있지만, 공이 테이블 밖으로 나가 바닥에 떨어진 것을 줍는 일이 빈번하다. 매너로써 바닥에 떨어진 공은 자기 근처에 가까이 있는 것을 줍기 마련인데, 나는 어정쩡한 위치에 ..

[탁구 에세이] 5. 별을 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 평일반이다. 아무 것도 먹지 않은 채로 탁구장에 갔다. 간편한 운동복 차림에 신발만 챙겼다. 일반 운동화는 발목이 접질릴 염려가 있어서 발목까지 올라 오는 농구화를 가져 갔다. 탁구화는 나중에 좋은 걸로 장만했는데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더욱이 농구화를 신다 갈아 신으니까 마치 모래 주머니를 달고 뛰다 떼어 낸 그런 느낌이 들었다. 역시 모든 운동에 그에 맞는 전용화가 존재하는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다.관장이 레슨실로 오라고 했다. 레슨은 신청하지 않았는데 어느 정도 수준인지 테스트를 해 보려는 것 같다. 맞은 편에서 바구니에 가득 담긴 볼을 계속 쳐 주었다. 이런 걸 처음 해보는 나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숨이 차 올라 오고 어지러웠다. 시간이 흐를수록 몸의 반응은 느려지고 ..

[탁구 에세이] 4. 집 근처 지하 탁구장

마트나 사우나를 가려면 집에서 아랫길로 내려 와야 하는데 50 미터 정도 되는 가까운 거리에 작은 탁구장이 지하에 있다. 60 평 정도 크기에 일반 탁구대 4 대, 레슨 탁구대 1 대.오다 가다 ’탁구’라고 붙인 팻말을 보고 ‘탁구장이 있네’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들어가 보았다.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랠리 하는 사람, 게임 하는 사람, 레슨 받는 사람. 모두 즐거운 표정으로 연신 땀을 닦아 가며 공 치기에 집중들이었다. ‘이거 하면 되겠다’ 생각이 들어 바로 등록했다. 비록 작고 좁은 시설이지만 집에서 가깝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뭘 하더라도 몇 정류장 이동해서 해야 한다면 그 자체가 일단 번거로운 일이다. 따라서 나한테는 꾸준히 운동할 수 있는 조건 중 종목과 거리 문제가 동시에 해결된 셈이다.관..

[탁구 에세이] 3. 야구는 재밌어

재밌기로는 야구를 빼놓을 수 없다. 알려진 바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스포츠 중에 가장 복잡하고 과학적인 게임이 야구라 한다. 룰집도 백과사전 만큼 두꺼워 심판들도 다 알지 못한다는 설도 있다.나는 어려서부터 축구보다 야구를 좋아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축구가 별로 재미없었다. 떼로 몰려 다니면서 공 쟁탈전을 벌이는 게 썩 즐겁지 않았고 더구나 맨땅. 항상 자욱한 먼지를 동반했다.반면에 야구는 깔끔했다. 3 번의 기회를 놓고 공격과 수비를 번갈아 가며 겨루는데 그 내용이 다양하게 전개된다. 드라마틱한 상황도 자주 나와서 종종 인생사에 비유하기까지 한다. 관전하는 것도, 직접 하는 것도 다 재밌는 게 야구다.어쨌든 야구부에서 선수 생활만 안했다 뿐이지 이른 나이에 익힌 야구는 몸에 배어서 성인이 되어서도 자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