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혈압은 재보지 않았지만 몸도 가벼워지고 부지불식 중 무릎 통증이 사라진 게 신기했다. 재밌게 몰입할 수 있는 운동으로 탁구를 시작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레슨을 받지 않고 독학으로 몰랐던 것을 깨달아 조금씩 내 실력으로 쌓아 가는 즐거움도 좋다.
그러다 보니 탁구장에서 대여하는 후진 라켓 보다는 내 손에 맞는 라켓을 장만하고 싶어졌다. 나는 펜홀더 전형이다. 학교 다닐 때 처음 잡아 본 것이 그래서 당연스레 그걸 쓴다. 당시에는 남자 또는 공격수면 펜홀더, 여자 또는 수비수면 셰이크, 이런 경향이 강했다. 현대 탁구는 과거보다 엄청 빠른 템포로 진화했다. 그래서 백 드라이브가 강점인 셰이크 전형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나는 전형을 바꿀 생각이 없다. 점차 사라져가는 단면 펜홀더. 백 드라이브를 구사하기가 좀 어려운 점이 있긴 하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펜홀더 특유의 백핸드도 결코 약하다고만 볼 수 없으며, 어떤 전형이든 간에 그에 맞게 숙달하여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싶다.
가볍고, 손목 사용이 자유롭고, 잔기술도 많고. 무엇보다 강력한 포핸드 파워 드라이브가 매력적인 펜홀더. 시대의 흐름에 외면받고 잊혀져 가는 것이 아쉬워서일까. 그래서 더 애착이 간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장비는 비싼 것이 짱이다. 고급 목판과 러버를 주문했다. 손수 붙여 보려고 접착 용품도 같이. 드라이기는 사용 안하고 자연스럽게 스며들길 기다려 두 번 바른 후 붙이고 커팅. 결과는? 망했다. 러버 표면이 편평하지 않고 울퉁불퉁하다. 뜯었다가 다시 붙이면 더 망할 거 같아서 찜찜하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일단 사용한다.
블로그에서 본 정보로 러버를 구입하면 부착 서비스를 해 주는 곳을 알게 되었다. 청계천 H상사. 하루 8 시간 이상 쳐대는데 러버가 견디겠는가. 한 달 정도 지나니 러버에 마치 사포질을 한 것 처럼 표면이 닳은 게 보인다. 블로그에 친절하게도 매장 위치를 지도로 첨부해 놓아서 찾아가기가 어렵지 않았다.
2 평이나 될까. 좁은 공간 벽면에는 러버, 라켓, 탁구화 등이 빽빽하게 진열되어 있다. 라켓을 내밀면서 새 러버를 주문했다. 전에 울퉁불퉁하게 붙여졌던 러버를 제거하고 목판에 깨끗이 사포질을 한다. 작업 중에 어딘가 전화를 하더니 곧 종이컵에 쌍화차 한 잔이 배달되어 나에게 건네진다. 완성될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제공되는 나름의 고객 서비스였다. 숙련된 장인의 솜씨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너무나 매끄러운 표면, 레이저 같은 커팅. 너무 맘에 들어 돌아오는 길 내내 꺼내 쳐다 보았다. 당분간 탁구대에 긁히거나 찍히는 불운이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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