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홀더 전형은 라켓을 구비하더라도 중요한 과정이 하나 남아있다. 바로 자신의 손에 맞게 목판 손잡이 부위를 깎고 다듬어 내는 작업이다. 고급의 목판을 나는 과감하게 깎아 나갔다. 손에 쥐어 보고 또 깎고 또 쥐어 보고 또 깎고. 음. 편한 것 같다. 그걸 또 고운 사포를 사용해서 부드럽게 마무리를 한다.
나중에 깨달은 것인데 방금 언급한 과정이 절대 해서는 안되는 짓이다. 펜홀더 목판 손잡이 부분을 깎아 손에 맞추는 것은 엄지와 검지를 얹어 놓는데 있어 밸런스가 중요하다. 엄지를 놓는 부분은 그리 많이 깎아내지 않고 위에서 아래로 비스듬히 한 꺼풀에서 두 꺼풀 정도. 반면 검지쪽 부분은 목판 두께의 ⅓ 을 넘지 않는 한도에서 깎는 것이 정석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보기에 좋으라고 사포질을 한 것이 그립을 쥘 때 미끄러움이 발생하여 오히려 안좋은 것을 용감한 나는 이 모든 과정을 단박에 해낸 것이다. 사포질을 하지 않은 그립이 칼자국으로 보기에는 투박해 보여도 미끄러움이 방지되며 미관상으로도 자연스럽다 생각하면 그만인 것이다.
한숨이 나왔다. 그렇다고 고가의 목판을 버리기엔 너무 아깝다. 이미 해당 목판은 국내에서는 품절 상태다. 미용실에서 잘라 버린 머리를 다시 붙일 수 없는 것처럼 덩그러니 바닥에 놓여진 상태에서 보니 내 라켓한테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더구나 첫 라켓으로 애지중지 했는데 어떻게든 되살리고 싶었다. 이미 깎아 내버린 나무조각들을 어떻게 원상복구 시킬 수 있단 말인가. 궁리 끝에 해 봄직한 방법이 한 가지 떠올랐다. 인테리어 보수할 때 쓰이는 메꿈이란 것이 있다. 틈새를 메우는 재료인데 깎여나간 부분을 층층이 쌓아 올려 볼 생각이다. 어지간한 것은 다 있는 다이소로 갔다. 콘크리트용, 목재용이 있다. 목재용은 색상도 목판과 비슷하다. 찰흙으로 만들기 하듯 꾹꾹 눌러주기도 하고 높게 쌓아 잘라내기도 하고. 드디어 완성됐다. 만족스럽다. 마구 깎아 버려 엉망이 되었던 라켓이 그나마 밸런스 갖춘 모습으로 수리가 되었다. 그런데 메꿈이가 완전히 굳어져 라켓을 쥐어 본 순간. 아! 무거워졌다. 무척 아쉬웠지만 그것까지는 해결할 방법이 없다. 니스까지 칠했다면 더 했을 것이다. 그래도 망가진 라켓을 내 방식으로 수리 보존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데 큰 의미를 둔다. 이후로 세컨드 라켓을 하나 더 장만하여 지금은 가벼운 것, 무거운 것, 야구 배트 고르듯 그렇게 병행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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