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탁구 에세이

[탁구 에세이] 5. 별을 보다

킹스골프 2025. 12. 9. 09:20

월요일부터 금요일. 평일반이다. 아무 것도 먹지 않은 채로 탁구장에 갔다. 간편한 운동복 차림에 신발만 챙겼다. 일반 운동화는 발목이 접질릴 염려가 있어서 발목까지 올라 오는 농구화를 가져 갔다.

탁구화는 나중에 좋은 걸로 장만했는데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더욱이 농구화를 신다 갈아 신으니까 마치 모래 주머니를 달고 뛰다 떼어 낸 그런 느낌이 들었다. 역시 모든 운동에 그에 맞는 전용화가 존재하는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관장이 레슨실로 오라고 했다. 레슨은 신청하지 않았는데 어느 정도 수준인지 테스트를 해 보려는 것 같다. 맞은 편에서 바구니에 가득 담긴 볼을 계속 쳐 주었다. 이런 걸 처음 해보는 나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숨이 차 올라 오고 어지러웠다. 시간이 흐를수록 몸의 반응은 느려지고 숨이 턱턱 막혀 왔다. 15 분이 흘러서야 볼 바구니가 비워졌다. 15 분만에 몸이 탈진 상태가 되어 버린 것이다. 아무리 처음이어도 15 분이라니. 막바지에는 정신이 혼미해져 별까지 보였다. 악명 높은 군대 유격 체조 온 몸 비틀기 때 별을 본 이후 처음이다. 혹독한 탁구 입문 신고식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 정도의 강도는 되야 목표를 이루기에 부족하지 않을 것 같았다. 물을 충분히 마시면서 잠시 휴식 시간을 가졌다.

관장 평은 애매하다고 하였다. 그러고는 회원 중 한 사람과 같이 쳐 보라고 매칭을 해 줬다. 처음 왔다고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를 하고 랠리를 했다. 관장 볼 바구니 때와는 달리 똑딱 거리면서 살랑살랑 치니 칠 만했다. 이제 첫걸음을 내딛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