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중순을 넘어선 날씨는 여름이 문턱이다. 코로나의 역사적인 현장 속에서 귀찮아 미뤄 왔던 건강 검진을 받으러 가는 길이다. 그 귀찮음의 이면에는 혈액 검사할 때 금속성의 이물질이 내 몸을 뚫고 들어 오는 불쾌함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도 조금은 있었다. 최근 폭음 폭식으로 급격히 늘어난 체중 때문에 무릎 상태가 좋지 않다. 계단 오를 때는 물론이고 내려올 때 조차 찢어지는 듯 느껴지는 통증 때문에 난간 손잡이를 의지해야 할 정도까지 되었으니 꽤나 신경이 쓰인다. 평소 75Kg 정도이던 것이 98Kg. 몸무게 세 자리가 2Kg 밖에 남지 않았다. 뛴다는 것은 불가능 했고 걸을 때도 숨이 차 올라 왔으며 불어난 배 때문에 양말을 신기도 불편한 지경이 되었다. 보이는대로 땡기는대로 절제 없이 먹은 결과가 이러 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른 오전임에도 벌써 많은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번호표. 자발적이 아닌 의무나 반강제적인 기다림이 있을 때는 따분함과 짜증이 올라 온다. 몸 상태도 그닥 좋지 않으니 더 그랬다.
순번이 되어 검진에 들어 갔다. 키, 몸무게, 시력…
혈압을 잴 차례다. 검진하던 의사가 좀 있다가 다시 재자고 한다. 두 번째. 이번에도 좀 있다가 다시 재보자 한다. 세 번째. 어쩔 수 없다는 듯 고혈압 확진을 통보한다. 152 / 102. 혈압약 복용을 권유 받았다. 건강에는 항상 자신 있었던 나로서는 적잖은 충격이었다. 한 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한다는 혈압약을 내가 먹어야 한다니. 결과적으로 일주일 후 우편으로 받은 건강 검진 결과에는 거의 모든 항목에 걸쳐 위험 등급으로 판정 되었으나, 어쨌든 당일 고혈압 확진에 마음이 매우 뒤숭숭해졌다.
마지막 혈액 검사. 뾰족한 바늘이 들어가는지 나오는지 머릿속에는 온통 고혈압 확진에 대한 심란함으로 가득 했다. 혈액을 채취하던 간호 조무사가 바늘이 관통했던 부분을 탈지면으로 막아 주면서 10분 동안 지혈해야 한다는 말과 함께 검진 다 끝났으니 가라고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고혈압 확진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었다. 혈압약을 먹기가 싫어서였다. 평생을 그 약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에 강한 거부감이 드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이 상태를 개선할 수 있을까. 한참 동안을 고민하던 끝에 일단 체중을 감량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중요하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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