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뮬게임과의 만남
97년도 어느 날인 것으로 기억됩니다. PC 운영체제인 윈도우95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WIN95 기반의 소프트웨어들이 많이 개발되던 때이기도 합니다. PC 통신이 인기를 끌고 있었고 브라우저를 채용한 GUI 기반의 인터넷이 태동하고 있던 시기였죠. 범용 통신 프로그램인 새롬 데이터맨과 일명 4대 통신사의 전용 통신 프로그램(유니텔-유니윈, 천리안-천리안97, 하이텔-이지링크, 나우누리-나우로웹프리, SK-넷츠고 등)도 고객 유치를 위해 편한 환경(유저 인터페이스)을 강조하던 그러한 시기였습니다. 관련하여 PC사랑, PC라인 등 PC 잡지도 많은 인기였는데요, 그 이유는 부록으로 주는 CD도 한 몫을 했습니다. 당시 유행하며 인기있던 소프트웨어들을 부록으로 묶어 CD로 제공해주니 아주 좋았죠. 저 또한 PC 잡지는 한 달에 한 번씩 꼬박꼬박 사보던 시절이었는데요, 우연히 매피(Mappy) 게임을 접하게 됩니다.

흥미로왔던 것은 이 게임이 PC용으로 개발된 게임이 아니라 예전 오락실에 있었던 아케이드 게임이란 것이었고 실행 방식 또한 동전을 넣은 다음 시작하는 오락실의 방식을 그대로 따라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좀 멍하고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그런데 PC용 게임과 오락실 게임은 아무래도 느낌이 많이 다르죠. 저는 오락실에서 매피를 해 본 기억도 본 기억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뭐 그려려니 하다가 그렇다면 다른 게임도 이런 방식의 게임이 있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검색을 해서 이윽고 찾게 된 것은 제비우스. 제비우스는 너무나 좋아한 게임이고 많이 해 본 게임이어서 그 느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오락실의 기판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구나'
저는 이 날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막연히 '어렸을 때 오락실에서 이러이러한 게임을 하고 놀았었는데....'라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있었지만 당장 눈 앞에 예전의 그것이, 예전 그대로 동작하는 것을 보고 너무나 흥분되었던 것입니다. 정신없이 검색하여 알아낸 결론은 이런 류의 게임은 원(元) 게임을 에뮬레이트하는 방식이라는 것이고 제가 접한 위의 두 게임은 각각 별개의 프로그램으로 구동되는 에뮬 게임이란 것이었습니다. 에뮬게임에 대해 계속 검색하던 중, 이러한 에뮬 게임의 거대한 프로젝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MAME(Multiple Arcade Machine Emulator)입니다. 사라져 가는 오락실 게임의 기판을 보존하자는 목적으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현재까지도 계속 버전업을 하면서 개발되고 있습니다. 윈도우 환경에서 실행할 수 있는 마메32는 정말 환상적이죠. 수천 가지의 게임이 마메32 하나로 관리가 되고 실행이 되니 말이죠. 마메에서 각각의 게임은 roms라는 폴더에 rom의 확장자를 가진 파일의 형태로 존재하게 됩니다. 앞에서 소개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기 게임들과 그 외에 수많은 게임들이 예전 모습 그대로 눈 앞에서 실행되는 모습을 확인하고는 그저 웃음만 나오더군요.